다발성 경화증. 이 단어만 놓고 어떤 뜻일까 생각해보면 ‘다발성’이라는 말은 ‘여러 군데’, ‘이곳저곳’을 의미하는 것 같고, ‘경화증’이라는 말은 뭔가 굳는다는 의미 같이 느껴지는데요.
우리 몸 여기저기 잘 유연하게 기능해야 되는데, 이곳저곳이 말을 듣지 않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이 질환의 특징이에요.
그런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지 않고 영향받은 부위마다 증상이 나타나요.
그래서 약간 랜덤?으로 나타나서 사람마다 다른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처음에 제가 이 질환에 대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했어요.
질병에 대한 ‘간호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너무 다양한 증상이 있어서 간호진단을 내리다 보니까 막 10개 이상 가능한 진단이 나오더라고요. (하아 힘들다...^ ^;)
약간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다른 질환에 대해 쓸까 생각했는데, 제가 예전부터 이 질환에 대해 한번 정리를 해두고 싶었고 누군가에겐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그냥 계획대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또 5월 30일, 5월에 세계 다발성경화증의 날(World MS Day)이 있기도 하고요!
다발성 경화증을 앓게 되면 랜덤으로 신체 이곳저곳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것이 신경계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이어서입니다.
이 자가면역질환은 원래 외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인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겨 본인의 몸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게 되는 모든 질환을 말해요.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이 이러한 질환에 속하고 어디를 공격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증상에 따라 이름이 달라요.
이 중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를 주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데요, 신경계에 대해 간단히 알려드리면-
두뇌를 중심으로 척수를 따라 신경 세포가 이어져서 우리 몸 전체에 신경계는 존재합니다.
우리 몸 전체는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기능에 따라 세포의 종류도 다양한데 신경계에는 뉴런이라고 부르는 신경 세포가 있어요.
우리 몸이 회사라고 비유하면, 두뇌는 마치 ‘본사’와 같으며 이 신경계 세포, 뉴런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합니다.
전신에 퍼져있고 마치 얽히고설킨 전선처럼 이어져 우리가 걷고 음식을 먹고 소화도 하고, 눈으로도 보고 귀로 듣고 만져서 감촉을 느껴 그 정보를 받아들이고 등등 수많은 활동과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어요.
그런데 이 구조를 이루는 가장 기본단위, 가장 작은 단위인 신경 세포의 모양이 마치 전선에 피복이 싸인 것처럼 생겼는데요, 약간 줄줄이 소시지 같이 생겼기도 하고요~
신경 세포와 축삭이 손상된 그림을 넣어주면 이해가 더 잘될 것 같긴 한데, 저작권 때문에 퍼오지는 못하고 제가 다음에 그려서 넣어보겠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검색하시면 그림은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거에요! ^ ^
아무튼 이 피복을 ‘수초’라고 부르고 이 수초가 자가면역공격을 받아 점차 부스러지고 파괴되어 제대로 정보가 전달이 되지 않는 것이 다발성 경화증입니다. 이렇게 신경 세포의 수초가 망가지는 걸 ‘탈수초’라고 불러요.
이 신경 세포는 전신에 퍼져있는데, 어느 부위의 신경 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안 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전신 어디에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게 사람마다 다르고, 그 심각한 정도도 다릅니다.
증상 중에서도 다발성 경화증에서 좀 더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있고, 드물게 나타나는 것도 있어서 빈도가 높은 것 위주로 핵심을 짚어가면서 간호진단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간호진단들 하나하나 내려 보면서 디테일한 부분 알려 드릴게요.
사실 '간호진단'이라는 건 간호학생이나 간호사가 공부하며 많이 접하는- 그런 간호 학문적 개념이라서 간호 전공이 아니시라면 생소하실 수 있는데,
질환에 대해 전반적으로 최대한 쉽게 다루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읽어보시면 질환을 이해하시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그리고 간호학생, 간호사분께서 케이스 스터디하실 때 질병과 관련된 간호진단 내리시고 그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작성하거나, 취업 시즌에 면접 전 간호진단에 대한 질문에 대비하기에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간호진단은 주로 ‘난다’라고 부르는
북미간호진단협회(NANDA, North American Nursing Diagnosis Association)의 간호진단 목록을 사용하여 간호진단을 내려보겠습니다.
1. 피로
피로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가장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에요.
극심한 피로감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환자는 에너지 부족을 호소합니다.
이런 느낌을 허약감, 쇠약감이라고도 말합니다.
가장 흔하고 많이 겪는 증상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 ‘피로’ 간호진단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적절한 중재를 제공해야 합니다.
매일의 일과 중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시행해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에너지가 다 소진되지 않게 하며 영양과 수면, 휴식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돕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간호 계획, 목표는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재개할 수 있도록 악화 기간을 최소화하고 신경학적 장애를 완화하는 데 있어요.
그래서 적절한 투약을 통해 질병 자체가 잘 관리되도록 하는 것도 피로 증상을 완화하는 중재가 됩니다.
피로감이라는 것이, 사실 언뜻 생각하면 좀 쉬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대수롭지 않은 증상 같기도 하죠.
호흡곤란이나, 통증처럼 당장 해결해야 할 응급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끊임없이 낫지 않고 지속되는 피로감은 정말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정말 지친다’, ‘지긋지긋해’ 이런 부정적 감정을 겪고 심리적으로도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경험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피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되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세심히 살펴서 최대한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 그리고, 다발성 경화증의 약물 치료 중 ‘인터페론’ 제제를 투여하는데 이 약물 투여 시 초기에 감기처럼 발열, 오한과 함께 피로감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므로 약물에 의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간호진단 진술문은,
질병 과정과 관련된 피로, 약물 부작용과 관련된 피로 등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2. 감각지각장애: 시각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이 시신경을 공격하면 시각에 이상이 생겨요.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고, 눈이 침침하고 여러 개로 겹쳐 보이거나 심할 경우 실명까지 할 수 있습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당연히 불편하겠죠-
우리 몸이 10이라면 눈은 9이고 나머지가 1이라는 그런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만큼 눈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스스로를 돌보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신체 균형을 잡고 주변에 위험한 장애물이 없는지 살펴서 이동하고 하는데 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시야결손, 시야 소실 증상이 있는 대상자라면 주변의 구조를 변경시키지 않고, 주변 환경을 잘 정돈해서 안전하게 유지하고, 환경에 대한 설명과 필요시 적절한 안내를 해 드려야 합니다.
촉각, 청각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라디오나 점자책 등 보조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아요.
침침한 시야, 복시부터 심한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각장애는 모든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나타나지는 않고 시신경을 침범한 경우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로인해 여러 잠재적 문제가 생기므로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감각지각장애: 시각' 간호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중재를 제공해주세요.
간호진단 진술문은,
시력저하와 관련된 감각지각장애: 시각, 시신경의 손상과 관련된 감각지각장애: 시각, 시신경의 이상과 관련된 감각지각장애: 시각 어떨까요?
3. 변비
다발성 경화증은 어디가 침범했는지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데, 위장 운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변비는 이러한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이상 증상이기도 하고, 다발성 경화증의 증상 중에 팔다리가 떨리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있어서 걷는 등 신체 활동이 어려워지므로 운동 부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즉 움직이지 않으면 장운동도 감소하기 때문에 변비의 원인이 되는 거고요, 항콜린제와 같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해요.
이렇게 여러 원인으로 변비가 잘 생기는 경향이 있어서 이 경우 ‘변비’ 간호진단을 내릴 수 있어요.
환자분이 변 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하복부가 단단하게 만져지고 복부 팽만감이 있거나, 2~3일 이상 변을 못 봤고 환자분이 불편해한다면 ‘변비’ 간호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중재를 제공해야 합니다.
간호진단 진술문은,
자율신경의 조절 기능 저하와 관련된 변비, 부동과 관련된 변비,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변비, 약물의 부작용과 관련된 변비 등 관련 요인에 따라 적절히 작성해주시면 되어요!
4. 언어적의사소통장애
다발성 경화증에서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손상되어 정보전달이 느리고 끊기게 되는 현상은, 발음하고 말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기능에 영향을 받게 되면 발음이 부정확하고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뿐 아니라 환자분 중에서는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표현과는 다른 엉뚱한 단어를 말하게 되는 증상도 있어요.
예전에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어떤 분의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눌한 발음으로 본인의 언어기능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분이 피자 가게에서 자기도 모르게 ‘파인애플 새우’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종류의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데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자기도 모르겠고 아주 당황스럽다고 하시면서요... 들으면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