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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자의 간호스킬

섬망(Delirium) 환자는 어떻게 간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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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늘 간호사로서 공부할 때 딱딱한 교과서식 내용을 읽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좀 누가 풀어서 이해 잘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어느 날 그냥,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

제가 열심히 공부하고 임상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녹여낸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이길 소망해 보면서 시작할게요 ^ ^

 

 

 

1. 섬망에 대해 왜 알아야 할까?

임상에서 섬망환자를 은근히 자주 만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단 입원 자체가 섬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섬망은 어떻게 사정하고, 어떻게 중재해야 할까요?

간단한 것 같지만 소소한 디테일을 잘 정리해두면 임상에서 섬망 환자를 만날 때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섬망은 치매와 비슷해서 그 두 개가 잘 비교되고 시험에도 잘 나오는데 어떻게 다른 건지도 알아두는 게 좋겠죠?

 

 

2. 섬망이 무엇인가?

섬망은 환경의 변화 또는 신체적 질병의 결과, 치료과정에서

갑작스럽게(보통 몇시간 안에) 발생하는 의식상태의 기복을 말합니다.

 

 

3. 치매랑 섬망은 어떻게 다를까?

치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비가역적으로 진행되어 서서히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그러니까 천천히 나빠지고, 한번 나빠지면 다시 회복이 되지 않아요. 적어도 현재 의학 수준에서는 그렇습니다.

 

반면에 섬망은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가역적이에요.

인지기능의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 치매와 증상은 비슷하지만 갑자기 상태가 확 안좋아졌다가도 다시 좋아질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치매는 계속 점점 나빠진다!

섬망은 갑자기 오고 다시 회복된다! 라는 차이가 가장 커요.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뇌의 변화'로 인해 발생합니다.

반면에 섬망은 딱히 뇌의 변화는 없이 나타나요.

 

섬망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임상에서 입원 환경, 약물 사용, 의학적 처치 등으로 인해 발생해요.

나이가 많거나 질환의 상태가 깊고 좋지 않을수록 더 잘 생기는데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이가 많아서 몸이 더 쇠약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힘들수록 더 견디기가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죠?

그럼 갑자기 나도모르게 막 혼란스러워지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정신줄(?)을 더 잘 놓게 된다고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치매와 섬망 모두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 말은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등 머리로 하는 기능이 모두 나빠진다는 뜻이에요. 제 경험상 치매와 섬망 모두 이 모든 기능에 영향을 주지만 주로 치매는 기억력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고, 섬망은 집중력과 판단력에 영향을 좀 더 주는 것 같습니다.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장소, 시간, 환경에 대한 지남력이 없어져 밤낮의 구분이 없어지거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의심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환각을 경험하거나 잠을 안자고 불안해하고 떨면서 안절부절못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환자마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어요. 모든 개개인은 다르니까요 ^ ^

 

그리고 치매나 섬망 모두 증상이 하루 중에도 똑같지 않고 특정한 시간대에 나빠지기도 하고 조금 나아보이기도 하고 그래요.

치매환자는 주로 아침이나 낮에는 차분하고 인지기능이 평소보다 조금 좋다가 밤에 증상이 안좋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섬망 환자도 야간에 조금 더 막 안절부절못하고 행동 문제를 보이거나 섬망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조금 있긴 하지만, 치매에 비해서는 크게 시간대가 상관없는 듯해요. 낮이고 밤에고 언제든지 섬망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3. 섬망환자가 잘 보이는 문제 행동, 내가 경험한 섬망 환자

섬망 환자의 문제 행동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흔히 수액줄 뽑기! 잘 하시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집에 갈거다, 귀신이 보인다, 소리를 지르시기도 하고

심하면 폭력을 휘두르거나 침대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기도 합니다.

정말 이런 경우 낙상하거나 다칠 수 있어서 정말 위험하죠.

 

 

제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본 섬망환자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교통사고로 입원한 젊은 환자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성욕(?)이 폭발하신 듯하고 막 혼자서 하는 야한 행위(?)를 하려고 해서 모든 직원들을 조금 당황스럽게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치킨집을 운영하시던 어떤 환자분은 본인이 일하는 치킨집에 있다고 생각하시고 '갈릭소스 넣어!' 라며 계속 화를 내셨던 분도 있답니다.ㅎㅎ

 

이런 증상은 당연히 몸이 아픈 상태에서 섬망이 온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장소에 대한 지남력 제공하면서, 안전을 우선순위로 주의하고 중재하며 환자분들 돌봤습니다.

그래서 결국 상태가 점점 좋아지셔서 섬망 증상도 사라지고(=제정신으로 돌아오고) 건강하게 퇴원하셨습니다.

대부분 섬망 환자분이 그렇듯 섬망 상태에서 본인이 했던말이나 행동들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셨어요.

 

 

4. 섬망을 발견하고, 증상을 알기

그렇다면 임상에서 어떻게 섬망을 알아챌까요?

 

먼저 섬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먼저 구별할 줄 알고

그 환자분들을 섬망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고 좀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어요.

 

섬망의 위험요인을 나열해보자면..

일반적으로는 주로 노인, 치매를 진단받은 환자(치매의 증상인지 섬망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순 있지만 치매를 진단받은 분께도 섬망은 발생할 수 있어요), 섬망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투여되는 약물이 많은 경우(3개 이상), 수술을 받은 경우, 요로감염, 발열,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 수분과 전해질 불균형, 영양부족, 부동 상태, 유치 도뇨 등 카테터가 삽입된 경우, 억제대를 적용한 경우, 지속되는 통증이 있는 경우, 청각적 또는 시각적 장애가 있는 경우, 간질환이나 신장질환 환자,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이 있는 환자에게 잘 발생합니다.

 

특히 약물 중에서는 벤조다이아제핀과 같은 정신신경용제가 섬망을 잘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수면제, 진정제 같은 것들이요.

 

병원에서 특히 중환자실(ICU)에서 섬망이 잘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의료기기 장비들이 내는 소리, 중재로 인해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고 낮과 밤의 구분이 힘들어지기 때문이에요.

 

또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 자체가 원래부터 신체 상태가 좋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고,

부동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으며 위에 나열한 많은 문제들을 동시에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섬망에서 주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징후는 지남력의 소실입니다. 시간과 장소를 제일 먼저 헷갈려하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긴가 민가 한 정도로 약간의 혼돈(Confusion)이 나타납니다.

-'여기가 어디더라?'

-'병원이잖아요~'

-'아 그렇지' 이 정도의 대화가 오갈 수도 있어요.

이 경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기보단 아 섬망이 나타나려고 하는 신호인가? 하고 캐치할 수 있어야 해요.

 

흔히 agitation이 있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섬망이지만,

섬망의 다른 징후에는 환자분이 아주 조용해지고 멍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원래 인지력이 정상이었던 환자분이 갑자기 의료진에 대한 지시나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거나 이해를 못하는 경우에도

섬망의 징후가 아닐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용히 몸에 달린 모니터링 기기를 떼어내고, 수액줄을 떼어내고.. 어떨 땐 옷을 하나씩 벗으시기도 합니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달려있는 것들이 걸리적거린다 느끼고

이게 왜 몸에 달려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섬망이 계속 진행되면 환각을 경험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기에 귀신이 있다. ' '귀신이 나를 보고 있다. '라고 말하며 흥분하기도 해요.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고 폭력적으로 변해 의료진을 때리려고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

어떤 환자분은 조용하게 혼돈 증상만 있기도 하고,

어떤 환자분은 심하게 흥분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는 등 개인차가 있고

섬망이 지속되는 정도와 기간도 개인마다 다양합니다.

 

5. 섬망의 예방 &  섬망 환자 간호하기

 

섬망 예방은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되도록 낮, 밤 구분 잘 되게 창문이 보이게 해 주고,

적절히 환자에게 말을 걸며 지남력을 제공해서 지남력이 유지되도록 합니다.

환자에게 감염, 발열, 전해질 이상 등.. 모든 질병의 치료를 위한 중재가 상태 회복을 돕기 때문에

섬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어요.

밤에는 잠 잘 자게 돕고, 영양과 수분도 잘 공급되게 해야 하고

환자가 익숙한 물건을 갖고 있게 하거나, 가족의 방문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면제, 진정제를 포함한 모든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유치 도뇨 등 카테터가 있는 환자는 필요 없어지면 제때 제거할 수 있도록

담당의에게 환자 상태를 적절히 보고해서 상의해야 합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곁에서 계속 상태를 지켜보기 때문에 이렇게 환자상태를 면밀하게 사정하고 잘 알려서 불필요한 약물이나 처치가 지속적으로 적용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 ^

 

 

 

이미 섬망이 발생한 경우

환자 간호의 기본은 안전을 보장하고, 섬망의 원인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지남력이 소실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침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거나

수액줄을 뽑고 의료진을 때리려고 하는 등 여러 돌발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도 의료진도 다치거나 부상을 입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낙상예방 중재해주어야 하고 계속 관찰하면서,

주변에 던지거나 무기로 삼거나 휘두를 수 있는 물건들을 다 제거해야 해요.

 

진정제, 수면제와 같은 약물은 섬망의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심한 초조, 흥분 증상을 보일 때는 어쩔 수 없이 진정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단 최소한의 용량을 쓰고 정말 심할 때 단기적으로만 사용해요.

 

다른 모든 중재에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억제대를 최후의 수단으로 쓸 수도 있어요.

억제대는 임상에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반드시 있지만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고 보호자도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선 안될 것 같아요.. ^ ^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합니다.

반드시 억제대 동의서를 받고, 억제대 처방도 받고, 적용 부위 자주 관찰하면서 관찰 기록도 꼭꼭 남겨야 해요.

 

억제대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보통 섬망 환자분들은 수액줄, 모니터링 줄을 자꾸 제거하는 케이스가 많아

폭력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벙어리장갑처럼 씌워주는 '장갑 억제대'를 많이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섬망의 원인을 해결해주어야 합니다. 이거는 섬망 예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섬망의 원인이 해결되면, 당연히 섬망이 나아지길 기대할 수 있겠죠?

수분 전해질 불균형이 있는 환자라면 수액, 전해질 투여하며 이를 교정해주고 통증이 있다면 통증을 조절해줍니다.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최대한 안위를 증진하는 간호를 제공하고, 감염이 있는 환자는 감염을 치료해줍니다.

충분한 영양, 수분, 수면 등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가 잘 충족되도록 하고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잘해서 환자 상태가 좋아진다면 섬망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또한 의료진은 차분한 태도로 지남력을 제공하고, 지남력을 인식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적 자극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해요.

낮, 밤의 구분이 가능하도록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는 곳이 밀폐된 곳보다 좋아요.

 

그리고 이거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상황에서 힘들 수는 있지만

침상에 부동 상태로 누워있기만 하면 상황이라면,

환자분을 침상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아있게 하거나 잠시라도 걷거나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섬망 회복에 큰 도움이 되어요.

이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냥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또 섬망 환자 간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족들이 환자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로 인해 당혹스러워 할 수 있으니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섬망이라는 것을 교육해주어 가족들의 걱정과 불안도 덜어주어야 합니다.

 

 

6. 섬망의 합병증

섬망은 대부분 회복되지만

생각보다 매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도 있고,

대상자가 현재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사인으로 간주하기도 하며,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와 행동 변화 외에도 섬망은 여러 후유증,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임상에서 섬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응급상황과 마찬가지로 간주해야 합니다.

 

합병증 중 대표적으로는 환자의 '낙상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낙상은 부상, 골절, 뇌출혈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을 일으켜 영구적인 장애,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인입니다.

대개 섬망이 발생한 환자는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고, 결국 사망하게 되어 사망률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섬망으로 발생한 인지기능의 변화가 대개 회복될지라도 영구적인 인지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섬망 환자분들은 퇴원 후 우울증이 발병하기도 하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고 하니,

절대 섬망을 대수롭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죠?

 

7. 결론

임상에서 환자분을 위해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섬망이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예방하고,

초기 징후를 잘 알아채 섬망이 진행되지 않도록 적절히 중재하며,

발생한 경우 안전을 유지하고 잘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섬망에 대해 쉽게 풀어보려는 노력을 담아 글을 써봤어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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