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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쏠한 간호사피셜

병원에 귀신이 있을까? (간호사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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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병원은 병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많고, 장례식장도 같이 있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귀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저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슬프고 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업적으로 프로페셔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지긴 했어요.

 

그래도 어떨 땐 오싹한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더라고요.

귀신의 형체를 직접 본적은 없지만

영혼, 귀신의 존재를 느끼거나 주변에서 저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귀신과 관련해 제가 경험했거나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

또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 썰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대부분은 제가 순했던(?) 신규 간호사 시절의 이야기예요.

이상하게도 연차가 쌓일수록 기가 세져서 귀신이 가까이 오질 않는지(?) ^ ^;

신규 간호사 때가 가장 예민하게 이런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1. 나이트 근무 중 비몽사몽 할 때 들리는 소리

병원은 낮에는 분주하고 바쁘지만 밤에는 비교적 조용합니다.

밤 번 근무 중에도 계속 일은 있지만 계속 쉬지 않고 일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시간에는 중환자실도 조용합니다.

단지 가끔 기계 알람 소리, 환자분이 내는 작은 소리,

특히 그 인공호흡기의 쉭-쉭- 푸쉭-푸쉭? 하는 소리, 가끔 그르릉하는 가래 섞인 숨소리가 잘 들려요.

특히 새벽 3~4시쯤이 한가하기 때문에 밤 번 간호사에겐 가장 졸릴 시간인데요,

그때는 앉아서 저도 모르게 깜빡 졸게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졸다가 잠든 것도 아니고 완전히 깨어있는 것도 아닌, 비몽사몽 한 그런 상태 있잖아요?

제가 그럴 때마다 어떤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정확히 표현하긴 힘든데 약간 우는 것도 아니고 신음소리도 아닌

 

'으흐~ 으흐~' 하는 목소리 같았습니다.

 

근데 이 소리는 깨면 안 들려요. 딱 그 비몽사몽 상태에서만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첨엔 인공호흡기 소리가 잘못 들린 건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정신이 완전히 깨어있을 땐 아무리 귀 기울여도 그런 소리가 들리진 않았습니다.

하루만 들렸다면 환자분이 낸 소리이거나 착각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밤 근무일 때마다 살짝씩 졸게 되면 한동안 그런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신규 간호사일 때만 이 소리가 들렸고

그 이후에 시간이 지나면서 안 들리더라고요. 이상하죠?ㅎㅎ

 

근데 제가 그때 선배 간호사한테 이 얘길 했더니

"그건 너보고 자지 말란 소리야. "라며 잔소리를 들었답니다 ㅋㅋㅋㅋㅋ ^ ^;

 

 

2. 신내림 받으셨던 보호자의 말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느 환자 분을 면회하러 매일같이 오시던 중년의 여성 보호자분이 계셨습니다.

환자분이 몇 달간 오랫동안 입원해 계셨고, 또 선배 간호사의 지인이어서

저희와도 안면이 트고 종종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곤 했는데요.

그 보호자분은 오실 때마다 가장 먼저 주변을 스윽-둘러보시곤 하셨습니다.

그건 뭐 그럴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나중에 그분이 신내림 받으신 무속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선배 간호사의 지인이기도 하고, 여러 달 동안 그분을 뵈면서 나름 친해진 터라

어느 날 중환자실에 귀신이 있을까요? 여쭤보게 되었는데

"응.. 항상 몇 명 있어. "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글로 쓰니까 별로 안 무서운데

그땐 소름이 돋았고

그러고 나서 일할 때마다 특히 밤에 정말 무서웠어요 ㅎㅎ

 

3. 저승사자가 서 있는 자리...?

제가 일하는 중환자실 병상에는 각 자리마다 숫자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래서 '1번 베드'. '2번 베드' 이런 식으로 어느 자리를 말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중에 딱 한 곳의 자리에서 사망 환자가 계속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그 자리가 3번 자리였다고 하면

5번에 있던 환자를 3번 자리로 옮기면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지는 상황이 자주 생겼습니다.

 

물론 이건 절대 미신으로만 생각해선 안되고

분명 어떤 의학적인,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실 바로 앞에 있는 자리여서 케어에 소홀하게 되는 위치도 아니었고

산소공급기기, 기계 모니터링 등 모든 장비도 정상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었으며

꼭 상태가 안 좋은 환자 분이라고 그 자리로 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다들 처음엔 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환자분께서 좋아지다가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게 없는 일도 아니었고

다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도 오래 전의 일이라 환자 분의 케이스는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아요.

또 생각난다고 해도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를 이런 곳에서 한다는 게 조심스러운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잊을만하면 그런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한 10번 이상 반복되었을 때 저희 수간호사 선생님께서도 이상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니까 어느 날 시루떡을 사 오셔서 침상 근처에 놔두시고는

"저희 환자 분들 잘 낫게 해 주세요~ 데리고 가지 말아 주세요. " 하며 다 같이 기도하고

시루떡을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좀 뜸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자리엔 정말 저승사자라도 서 있었던 걸까요?

 

 

4. 환자분 돌아가신 날 선배 간호사의 말

이건 경험은 아니고 선배 간호사가 저에게 해준 말이에요.

근무 중에 환자분이 사망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선배간호사가 저에게

"환자 expire(사망) 한날에는 곧바로 집에 가지 말고 커피숍이나 편의점에라도 들렀다 가. "라고 말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귀신이 집으로 따라갈 수도 있다는 거예요~!!!

특히 오래 입원해서 환자와 잘 알게 되고 라포가 형성된 경우 더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라포: 의료진과 환자 간의 상호신뢰관계. 한마디로 간호사-환자로 잘 알게된 사이)

 

그때 당시 그 말을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찜찜한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과자라도 하나 사서 퇴근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병원에 있는 귀신이 퇴근하는 간호사를 따라갈 수 있는 걸까요?

잘못하면 따라간 귀신 때문에 집에 우환이나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 돌아가신 분을 케어하는 직종에 종사하시나요?

그렇다면 크게 어려운 일 아니니까

그 선배 간호사가 제게 해줬던 조언대로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여기까지 병원에서 경험한 귀신, 영혼과 관련된 썰 풀어봤어요 ㅎㅎ

전부 사실이지만 믿고 안 믿고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병원에 정말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저도 모르고, 아마 그 대답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영혼이 있다면 분명 머무르는 존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은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도 있죠?ㅎㅎ

제가 어렸던 신규 간호사일 때는 귀신이란 존재가 더 무섭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귀신이 있다고 해도 저를 해치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환자분 케어하고 중환자실에 일했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1도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슬프다는 맘이 더 크고

세상을 떠나신 분들께서 편안한 안식을 얻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환자분의 세상을 떠나는 길을 케어하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항상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셔서 병원에 올 일이 없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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